나는 이날 일정이 잡힌 용접공(하루 18만원8일) 일을 그만두고 방음벽(하루 25만원6일)을 택했다.내가 가장 싫어하는 숙노를 6일 동안 해야 하는데 항상 일이 있으면 나에게 전화를 주는 팀장님이 고마웠기 때문이다.작업 첫날은 야간 작업이므로 집에서 오후 3시에 출발한다. 부평역에서 전철을 타고 구로역에서 천안행으로 갈아탄다. 대개 3시간 정도 걸리는 지루한 전철이지만 어차피 시간이 남으니 기차나 고속버스가 아닌 전철을 타고 간다.그런데 뭔가 조짐이 좋지 않다. 6시쯤 천안에 도착하자마자 엄청난 소나기가 내린다.
다행히 하늘은 맑아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주에 태풍이 잡히고 있어. 뭔가 불안하다.
이렇게 비가 오면 100% 일을 못하게 된다.동네에서 일을 한다면 상관없지만 비 때문에 철수했다가 천안까지 다시 올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설마 비가 많이 올 것 같아? 하는 마음으로 출근한다.오늘은 자재를 작업 장소까지 양중해야 한다.12시 30분 집합, 1시 작업 시작, 4시 30분 마감이다.
자재의 양중은 오늘과 내일 이틀이 예정되어 있는데 잘하면 오늘 하루면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하루에 끝내는 욕심에 죽을 만큼 양심이 아프다. 다행히 현장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 4시 전에 모든 양중 작업을 마쳤다.작업을 마치고 모텔에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잔다.자고 일어나서 아침을 먹는다.
그리고 다시 집에 온다.아, 아냐.태풍 때문인가?아니, 우리의 전 공정은 다른 팀에 엄청난 실수를 해서 일정이 다 밀렸다.적어도 1주일 이상 작업이 더디게 됐다.이런 일을 한다면 용접 구조공 일을 하고 이 현장에 들어와도 좋았을텐데.일정이 모두 비틀어졌다.결론은 안 된다.그러나 의리에 죽고 사는 팀장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현장에서 의리는 돈이다.”역시 아침을 먹고 팀장이 저를 따로 부른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다른 일정까지 빼고 온 날 때문에 본사로 말해서 나의 일당을 어느 정도 보충한다고 한다.큰돈은 아니겠지만 출퇴근 비용과 일당을 추가로 조정하고 있다고 한다.정말 고맙다는 팀장이다.감사의 인사를 하자 팀장이 한마디 하신다.”다음에 또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줘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이번 부르다고 다시 오니?현장에서 의리는 돈이야.”일은 안 되지만 마음은 좋다.